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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새 물결
기후 생존 기술에 돈이 쏠리고 있습니다. 자본의 새로운 물결이 시작된 겁니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저장 시설, 수직 농장과 물 재활용 설비를 향해 거대한 자금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왜 세계의 투자자들은 지금 기후 생존 기술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후변화가 더 이상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매출과 비용, 자산 가치를 좌우하는 돈의 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파나마 운하의 수위가 낮아지면 화물선의 통행이 제한됩니다. 라인강이 마르면 원자재와 제품을 운반하는 비용이 올라갑니다.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물이 부족해지면 생산이 중단되거나 제조 원가가 상승합니다. 폭염이 길어지면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면 식료품 가격이 오릅니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생산과 운송, 에너지와 식량 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을 기후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이제 날씨는 단순한 일기예보가 아닙니다. 기업의 실적과 소비자의 생활비, 투자자의 수익률을 움직이는 경제지표가 됐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오래전부터 기후 리스크가 곧 투자 리스크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시장이 기후위험을 자산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거대한 자본 재배치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기후변화는 세 가지 방식으로 돈의 흐름을 바꿉니다. 기존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새로운 기술 시장을 만들며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위험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기후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피더블유시의 기후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집계된 투자금은 약 790억 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1년 동안에는 약 560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약 29퍼센트 감소한 것입니다.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기후 기술 기업들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인공지능 기업보다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시장이 사라졌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묻지 마 투자의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투자자들은 이제 탄소 감축이라는 명분만으로 돈을 넣지 않습니다. 실제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고객이 돈을 내고 사용할 것인지, 대규모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따집니다. 특히 기업 투자자가 참여한 거래 가운데 61퍼센트가 기술 검증을 넘어 사업을 확장하는 중기 또는 후기 단계의 기업에 집중됐습니다. 가능성보다 실적과 확장성을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살아남은 자본은 어디로 이동하고 있을까요? 첫 번째 목적지는 에너지와 인공지능의 결합입니다. 2024년 3분기까지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은 전체 기후 기술 투자금의 약 35퍼센트를 유치했습니다. 배터리와 전력망 관리, 청정에너지와 수소, 탄소 포집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인공지능 관련 기후 기술 기업이 유치한 자금도 2024년 3분기까지 약 6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당시 전체 기후 기술 투자의 약 14.6퍼센트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여기에는 자율주행을 비롯해 스마트 농업과 스마트홈, 지능형 에너지 관리 기술이 포함됩니다. 인공지능은 날씨와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공장의 에너지 낭비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량을 미리 계산해 전력을 언제 저장하고 언제 판매할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전력망의 고장을 조기에 감지하고 건물의 냉난방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에너지 시장에서 인공지능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닙니다. 낭비되는 전력을 줄이고 가격 변동을 수익 기회로 바꾸는 핵심 기술입니다. 독일에서는 2024년 도매 전력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시간이 457시간에 달했습니다. 2023년보다 약 50퍼센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햇빛과 바람이 풍부한 시간에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전력이 남아돈 것입니다. 전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에 너무 많이 생산된 것이 문제가 된 겁니다. 하지만 남는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와 가격이 높은 시간에 판매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전력 공급의 불균형이 새로운 사업 기회로 바뀝니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발전량과 전력가격, 소비 패턴을 분석해 충전과 방전 시점을 더 효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터리 사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설비 가격과 전력시장 제도, 계통 연결 비용과 금융비용에 따라 사업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기술의 가능성과 실제 투자 수익은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인공지능 역시 해결책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부담을 만들어냅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약 945테라와트시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일본 전체가 사용하는 전력량보다 많은 규모입니다. 인공지능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엄청난 전력을 요구하는 역설이 생긴 것입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경쟁의 승자는 가장 뛰어난 알고리즘을 만든 기업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필요한 전력을 가장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확보하는 기업이 진짜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전력망과 배터리, 냉각 기술과 저탄소 발전에 자본이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두 번째 자본의 목적지는 기후 적응과 회복 기술입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 이미 발생하고 있는 폭염과 가뭄, 홍수와 산불을 당장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제 기업과 도시는 달라진 기후에서 살아남는 방법에도 투자해야 합니다. 2024년 3분기까지 집계된 기후 기술 거래 가운데 약 28퍼센트가 적응과 회복 분야의 기업을 지원했습니다. 가뭄에 강한 종자와 정밀 농업, 물 재활용과 담수화 기술이 대표적입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산불 조기 감지와 홍수 예측, 건물 냉각과 재난 대응 시스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피해 규모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2024년 전 세계 자연재해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약 3천1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약 56퍼센트는 보험으로 보상되지 못했습니다. 피해를 입었지만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험의 보장 범위를 넘어선 손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입니다. 이 거대한 보호 공백은 새로운 금융시장도 만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파라메트릭 보험입니다. 기존 보험은 실제 피해를 조사하고 손실액을 계산한 뒤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하지만 파라메트릭 보험은 강수량이나 풍속, 기온처럼 미리 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보험금을 신속하게 지급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강수량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실제 농작물 피해를 일일이 조사하기 전에 보험금이 지급되는 방식입니다. 기후재해가 잦아질수록 피해를 예측하고 신속하게 보상하는 데이터 기술과 금융상품의 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 목적지는 산업의 탈탄소 전환입니다. 피더블유시의 분류에 따르면 산업 부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4퍼센트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산업 분야 기후 기술 기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전체 기후 기술 투자의 약 7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배출량은 가장 많은데 혁신 자금은 충분히 들어가지 않은 거대한 공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철강과 시멘트, 화학과 해운 같은 산업은 탄소를 줄이기가 특히 어렵습니다. 공장을 전기로 바꾸거나 새로운 연료를 사용하려면 막대한 설비 투자와 긴 검증 기간이 필요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기술만 가지고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그래서 에너지 기업과 자동차 기업, 제조 대기업들의 전략적 투자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돈만 투자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장과 공급망, 고객과 유통망을 제공해 새로운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검증할 수 있게 합니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직접 인수하거나 장기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 투자자들이 참여한 거래의 61퍼센트가 중기 또는 후기 단계에 집중된 것은 이런 흐름을 보여줍니다. 기후 기술 스타트업이 연구실을 넘어 실제 시장으로 진입하려면 대기업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6년의 투자자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전환 리스크와 물리적 리스크를 구분해야 합니다. 전환 리스크는 탄소 규제와 세금, 기술과 소비자 선호의 변화로 기존 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위험입니다. 탄소 배출이 많은 공장이나 발전소가 예상보다 일찍 문을 닫아야 한다면 그 시설은 좌초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만 생산하던 기업이 전기차 전환에 뒤처지는 것도 전환 리스크에 해당합니다. 물리적 리스크는 폭염과 홍수, 산불과 가뭄, 해수면 상승이 공장과 건물, 농지와 공급망에 직접 피해를 주는 위험입니다. 문제는 많은 투자자가 아직 이 위험을 숫자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인프라 투자자의 97퍼센트가 물리적 기후위험이 중요하다고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66퍼센트는 보유 자산에 미치는 물리적 위험을 공식적으로 정량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험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위험이 자산 가치와 수익률을 얼마나 떨어뜨릴지는 계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시장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거대한 가격 오류가 존재할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같은 건물이라도 침수 위험과 냉방 비용, 보험료와 물 부족 가능성을 반영하면 미래 가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공장이라도 공급망이 기후재해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생산 중단 위험이 달라집니다. 기후 데이터를 먼저 분석하는 투자자는 시장이 놓친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아직 저평가된 적응 기술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후 기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모두 좋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보조금이 끊기면 사업이 유지되지 못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뛰어난 기술을 개발했지만 생산비를 낮추지 못하거나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실험실에서는 성공했지만 대규모 공장에서 같은 성능을 내지 못하는 기술도 많습니다. 기후위기가 커진다는 사실과 특정 기후 기술 기업의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투자자는 그 기업이 실제로 해결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만큼 절실한 문제인지도 살펴야 합니다. 매출과 현금흐름이 존재하는지,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지, 정부 지원 없이도 경쟁력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기후 기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친환경이 아니라 경제성입니다. 탄소를 줄이는 동시에 비용까지 낮추는 기술이 살아남습니다. 재난 피해를 막아 투자비보다 더 큰 손실을 줄여주는 기술이 선택받습니다. 기존 방식보다 안전하고 저렴하며 빠른 해결책을 제공하는 기업에 자본이 몰립니다. 결국 기후변화는 더 이상 착한 일을 하자는 캠페인에 머물지 않습니다. 기업의 신용과 보험료, 생산비와 자산 가치를 결정하는 생존의 문제가 됐습니다. 동시에 거대한 수익 기회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산업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과 결합한 에너지 효율화 기술이 첫 번째 흐름입니다. 재난과 보험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적응 기술이 두 번째 흐름입니다. 철강과 시멘트, 화학과 운송 같은 고배출 산업을 전환하는 기술이 세 번째 흐름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산업을 연결하는 전력망과 배터리, 물 관리와 기후 데이터가 자본의 새로운 기반 시설이 되고 있습니다. 날씨를 계산에 넣지 않는 투자는 이제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기업의 재무제표만 보고 공장이 위치한 지역의 물 부족과 침수 위험을 보지 않는다면 절반의 정보만 보고 투자하는 셈입니다. 현재의 매출만 보고 탄소 규제와 에너지 비용의 변화를 계산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손실을 놓칠 수 있습니다. 기후 생존 기술에 돈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술과 기업이 그 물결 위에서 살아남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비용을 낮추며 검증된 성과를 보여주는 기업만이 자본의 선택을 받을 것입니다. 자본의 새로운 물결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그 물결을 가장 먼저 읽고 가장 냉정하게 옥석을 가리는 사람이 다음 시대의 승자가 될 것입니다.
[숏폼1] 돈은 왜 쏠릴까? / 기후변화가 더 이상 매출과 직결
[숏폼2] 인공지능 주목받는 이유 / 특히 기업 투자자가 참여한 거래 가운데 핵심 변수
[숏폼3] 에너지 주목받는 이유 / 독일에서는 2024년 도매 핵심 변수
[숏폼4] 왜 전력망과에 주목할까? / 2024년 3분기까지 핵심 변수
[숏폼5] 기후재해가 주목받는 이유 / 산업 분야 기후 기술 핵심 변수
[숏폼6] 왜 문제는에 주목할까? / 위험하다는 사실은 알고 핵심 변수
[숏폼7] 왜 매출과에 주목할까? / 기존 방식보다 안전하고 핵심 변수

